일상

강화나들길 15+16코스

쎈트럴팍 2023. 1. 26. 14:15

설 연휴 첫째 날 강화도에 갔다.

남들처럼 매주 쉬는 직업이 아니어서 연휴기간에 붐비지 않는 곳을 찾아 여행을 가고는 하는데 이번엔 강화도로 행선지를 정했다. 처음 가보는 곳은 아니었지만 유명한 몇 곳만 가봐서 그런지 아쉬움이 있었다.

 

강화산성 동문

 

대한민국 둘레길인 서해랑길의 일부이기도 한 강화나들길은 총 20코스이다. 나는 강화나들길 중 제15코스 고려궁성곽길을 가보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15코스를 택한 이유는 코스 대부분이 완주하는데 5시간 이상이라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였다. 15코스는 4시간 30분 정도라고 하니 부지런히 걸으면 오전 중에는 다 돌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의 직선이라 출발점과 도착점이 떨어져 있는 다른 코스와는 달리 원점으로 다시 돌아오기 편하기도 했다. 그리고 해안길은 겨울철에 바람이 많이 불어 너무 춥지 않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 15코스 출발점은 강화산성 동문이고 조그만 주차장이 있었다. 20대 정도 주차가 가능할 듯싶었고 별도의 주차요금을 받지는 않았는데 이곳이 다 찼다면 근처엔 다른 주차할 곳은 없는 것 같다. 기온이 영하 10도로 추웠지만 날씨는 좋아서 낮에는 그리 춥지 않겠다 생각했는데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났으니..

 

탁트인 전경

 

며칠 동안 눈과 비가 섞여 내렸고 추운 날씨로 인해 내린 것들이 쌓여있던 낙엽등과 함께 땅에 얼어붙어 있었다. 그늘진 곳은 얼었고 햇볕이 들어 녹은 구간은 성벽의 진흙과 섞여 오히려 얼어있는 곳보다 더 미끄러웠고 위험했다. 더욱이 찰흙 같은 바닥재가 신발에 엉겨 붙어 더러운 발로는 어디 밥 먹으러 들어갈 수도 없을 것만 같았다. 어쩔 수 없이 15코스는 완주하지 못하고 한 시간 반 만에 걷기를 그만두고 말았고 배도 출출해 미리 검색해서 봐둔 육개장 집으로 향했다. 가기 전에 편의점에 들러 물티슈를 사 성문 앞 벤치에 앉아서 더러워진 신발을 열심히 닦고 출발했다.

 

육개장집에서 보쌈을

 

강화도 맛집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수라전통 육개장. 당초 강화터미널에 있는 중화요릿집을 가고 싶었으나 예약을 할 수 없어 차선책으로 선정한 집이다. 근데 이곳도 대기줄이 있어서 15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육개장과 보쌈을 먹었는데 음식맛은 좋았으나 건물이 낡았는지 방바닥이 걸을 때마다 출렁(?)거렸다. 장사도 잘되는 것 같은데 보수 좀 하시지.. 먹고 나올 때까지도 여전히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니 유명한 집인가 보다. 주차공간이 있기는 했지만 5~6대 정도만 가능하니 근처 공용주차장을 이용해야 할 듯하다.

 

16코스의 포토존

 

밥 먹고 걸어서 차가 세워져 있는 않은 동문주차장으로 갔다. 생각보다 멀지 않아 다행. 15코스의 아쉬움을 접고 해안선인 제16코스인 서해 황금 들녘길로 가보기로 했다. 이 코스도 전체를 돌기엔 너무 길어 일부구간인 창후여객터미널에서 망월돈대까지 가보려 했는데 그 마저도 시간이 촉박해 중간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해안길이라 경사가 거의 없는 평지였고 길옆에는 갈대가 우거져 있다. 늦가을쯤 온다면 아주 멋진 풍경이지 않을까?

 

호랑이해 마지막 일몰

 

석모도 해수온천에 들러 저녁놀을 볼 생각으로 서둘렀다. 1630분에 도착해서 보니 원래는 17시까지 입장객을 받는데 사람이 많다고 조기 마감했다고 한다. 뭐 이런..!@$^%&^&*##$ 여기 가려고 나름 부지런히 왔건만. 젠장. 그런데 계산해 보니 시장에 들러 먹을 것을 사서 부지런히 집에 가더라도 20시는 될듯한 시간이다. 차라리 잘 됐다 싶어 강화도를 빠져나오는데 좀 아쉽기는 해서 약간 돌아가는 길로 일몰을 보기로 했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2022년 호랑이해의 마지막 일몰 아닌가. 해가 지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계획대로 잘 맞춰진 여행은 아니었지만 탁 트인 곳에서 바다공기도 마시고 저녁놀 감상도 했으니 나름 만족스러운 하루. 오늘도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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