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자기 매장에서 판매하지 않은 안경 피팅을 꺼리는 이유다.
손님이 들어와 비뚤어진 안경을 피팅해 달라고 한다. (피팅=사람의 얼굴모양이 제각각이므로 각자의 얼굴에 맞게 테를 맞춰주는 것을 피팅이라 한다. 안경은 충격이나 장용습관, 또는 환경에 따라 변형이 올 수 있다.) 우리 매장에서 맞춘 안경이라면 당연히 AS차원에서 정성껏 피팅을 해 주겠지만 다른 곳에서 구입한 안경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그러면 안경사가 왜 피팅을 피하는 것일까?
1. 피팅이 쉽지 않다.
단순히 구부러진 철사를 펴는 기술 같아 보이지만 의외로 피팅은 어렵다. 크지 않은 안경이라도 여러 개의 작은 부품이 용접되어 있다. 상태에 따라 휘거나 구부리는 부분이 다르며 심하게 뒤틀린 테는 다시 되돌리기 힘든 경우도 많다. 피팅기술에 관한 제대로 된 교재도 없으며 피팅기술은 온전히 선배들의 피팅을 직접보고 따라해 보면서 시행착오를 겪어보는 경험에 의존한다. 집게로 한 번에 쉽게 펼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안 그런 경우도 많아서 글자 그대로 케바케이다. 오랜기간 다양한 실무능력이 필요하지만 숙련된 안경사가 하는 피팅은 보기에는 무척 쉬워 보이기 마련이다.
2. 피팅은 요금을 받기 어렵다.
고객이 대부분 피팅기술을 별것 아니라고 생각해 돈을 내지 않는다. 아니 처음부터 무상 서비스를 받고자 온다. 돈을 받아도 문제인 것이 돈을 받았으면 만족하게 해줘야 하는데 불편하고 편하고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서 100% 만족하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쉬운 피팅이라서 한 번의 조작으로 쉽게 고쳐지면 이 또한 금액을 얼마 받을지 애매하다. 반대로 오랜 시간 만지며 어렵게 피팅을 해야 한다면 고객은 실력 없는 안경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요금의 기준을 정하기가 어려운 일.
3. 파손 시 뒷감당이 안되기에 피한다.
피팅 시 파손된다면 맡긴 고객의 잘못인가 아니면 안경사의 잘못인가? 피팅 전 망가질 수 있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정말로 부러진다면 조용히 넘어가는 고객이 거의 없다. 운이 나쁘면 손끝만 스쳐도 부러지는 경우도 있어 가급적 건드리지 않으려 한다. 비싼테일수록 피팅에 부담을 느낀다. 거래처가 아닌 안경테나 단종된 오래된 제품은 부품을 구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판매하지 않은 안경테에 대해 AS를 제공할 이유가 없다. 고쳐줘서 고마우니 단골이 된다고? 그런 경우는 0.1%나 되려나?
4. 고객이 온라인 구매한 안경테의 상당수(사실상 거의 전부)는 불량제품이라 피팅자체가 되질 않는다. 부품이나 소재가 최소한의 품질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맡기는 안경 대부분이 안경사는 결코 취급하지 않는 저질 안경이다. 접합 위치가 애당초 맞지 않을뿐더러 도금상태도 엉망이고 뿔테는 히터에 넣어도 휘어지지 않는다. 아예 나사 부분이 없는 안경도 많다. 모니터로 제품을 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건 사진보정을 해서 일뿐.. 심지어는 원가 이하로 광고하는 안경도 있다. 판매자는 판매 후 아무런 피팅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고 가까운 안경원에서 조정받으라는 안내만 하고서 끝이다. 구입자는 그렇게 구입한 안경을 무료 조정받기 위해 안경원으로 찾아온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사정상 안경원에서 피팅을 피하게 되는데 최근엔 대부분의 안경사가 방문고객에게 구입처에 가보시는 게 낫다고 안내하고 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차알림시계 (0) | 2023.01.27 |
---|---|
강화나들길 15+16코스 (0) | 2023.01.26 |
2023 토끼해에는.. (0) | 2023.01.24 |
갈매기 (0) | 2023.01.20 |
선배의 무거운 목소리 (0) | 2023.01.18 |